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브레이크가 있다는 착각과 뒤늦은 깨달음

Sungjin Yang Sungjin Yang Jun 07, 2026 · 2 mins read
브레이크가 있다는 착각과 뒤늦은 깨달음
믿는 게 아냐. 버텨보는 거야. 할 수 있는 게 다 이것뿐이라서 - BTS "Awake" 中

2년 반의 짧은 봄이 끝났습니다. 꽃이 언제나 펴 있을거라고 믿었지만 어느새 벚나무에 벛꽃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또 바람에 흩날려 날아갔습니다.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.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. 세상에는 브레이크 따위 없습니다. 그런데도 저는 있지도 않은 브레이크를 찾으려 달리는 차 안을 다 헤집어 놓았습니다.

제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바로 핸들을 돌렸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. 근데 저는 제가 타고 있는 차에 브레이크가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습니다. 정작 저는 브레이크를 한 번도 밟아본 적 없었는데도 말입니다. 설령 이 길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다 해도 브레이크를 밟고 원래 길로 돌아가면 된다는 강한 확신이 있었습니다. 그래서 가속페달을 더 밟기 시작했습니다.

반년정도 지나니 슬슬 불안해졌습니다. 출발할 때만 해도 제 차가 스포츠카쯤 되겠구나 생각했지만 막상 마티즈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. 차가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본네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. 있지도 않은 브레이크를 찾으려 차 구석구석을 살폈지만 찾을 수가 있겠습니까? 그때까지만 해도 핸들을 돌려 원래 길로 돌아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저는 브레이크가 어딘가에 있다는 착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. 제 차는 ‘브레이크가 있는 스포츠카’라고 떵떵거리면서 동시에 차의 무게를 줄이려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습니다.

처음에는 상황이 나아졌습니다. 제 차에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사실을 거듭해서 일깨워주신 분을 차에서 쫓아냈습니다. 조금 더 차가 빨리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. 제가 졸릴 때마다 운전을 대신해주던 소중한 친구를 실수 몇 번 했다는 이유로 쫓아냈습니다. 차가 더 가벼워졌습니다. 아직 브레이크는 찾지 못했지만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. 자라면서 소중하게 모아온 귀중한 물건을 창문 밖으로 버렸습니다. 빈 자리는 가볍고 그럴싸해보이는 깡통으로 채웠습니다.

그렇지만 차에서 나는 연기는 더 심해질 뿐이었습니다. 벚꽃이 하나 둘 땅에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에 제 차가 점차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습니다.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. 어느새 원래 목적지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인터넷에 ‘브레이크 찾는 법’과 ‘잘못된 길로 가도 괜찮은 이유’를 검색하는 게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.

결국 차 엔진이 퍼졌습니다. 차가 멈추고 나서야 이 차에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.

이제 여름입니다. 신기루가 점점 보이기 시작하니 어디가 올바른 목적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. 제 유일한 생명줄인 여분의 차 배터리와 생필품이 차에서 내쳐버린 분들이 예전에 사다주신 것이라는 게 부끄럽습니다.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다시 일어나 걸어야 합니다. 계속 가다 보면 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분을 만나 길을 물을 수 있을겁니다. 매점이 보이면 필요한 걸 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. 불현듯 이것도 제 착각일 뿐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. 가뜩이나 더운데 에어컨을 켜서 머리를 좀 식히려고 합니다.

생각해보니, 이 차에는 에어컨도 없습니다. \(\;\blacksquare\)


Written by Sungjin Yang
Structured Intuitionist